2010년 9월 6일 월요일

봉숭아
도종환



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

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

네가 내 살 속에, 내가 네 꽃잎 속에

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

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

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

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

사랑아,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

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

사랑아,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

[출처] 봉숭아_도종환|작성자 Dolc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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